줄거리 및 등장인물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80일 안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내기를 하며 시작되는 모험 소설이다. 런던의 개혁클럽에서 열린 담소 자리에서 포그는 신문에 실린 증기기관과 교통의 발달 기사에 대해 논의하다가, 기술의 발달이 여행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켰는지를 근거로 들어 80일 만에 세계일주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결국 2만 파운드를 걸고 실제로 그 도전에 나서게 된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동행인은 새로 고용된 충직한 하인 파스파르투이며, 이들의 여정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인류의 기술과 모험 정신에 대한 찬가로 전개된다.
여행 경로는 영국을 출발해 프랑스, 이탈리아, 이집트, 인도, 중국, 일본, 미국을 거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이다. 인도에서는 힌두교 의식으로 생매장될 위기에 처한 아우다 부인을 구출하여 동행하게 되며, 미국에서는 들소 떼와의 충돌, 선로 파괴, 인디언의 습격 등을 겪으며 긴장감 넘치는 모험이 이어진다. 또 다른 긴장 요소는, 포그를 은행 강도범으로 오해한 영국 형사 픽스가 그를 추적하며 여행에 방해를 가하는 에피소드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포그는 새로운 교통 수단을 끊임없이 동원하며 결국 기한 마지막 날인 80일째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날짜 계산을 착각하여 하루를 손해 본 줄 알았던 그는 실상 국제 날짜변경선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임을 알게 되며,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기에서 승리한다.
등장인물은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신사 포그, 인간적인 매력과 유머를 가진 하인 파스파르투, 지혜롭고 용기 있는 인도 여성 아우다 부인,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추적하는 형사 픽스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캐릭터는 이야기의 긴장과 유머를 동시에 만들어내며, 문명과 모험, 시간과 인간관계의 의미를 이야기 안에 녹여낸다.
전세계 판매부수 및 제작배경
『80일간의 세계일주』는 1872년 프랑스 신문 《르 텅》에 연재되었고, 1873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출간과 동시에 유럽 전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베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상업적 성공을 거둔 소설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문학사상 가장 많이 읽힌 모험 소설 중 하나라는 기록에 속한다.
제작 배경에는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철도와 증기선, 전신 등의 발달이 있다. 이 시기는 유럽 제국주의와 함께 전 세계를 탐험하고 정복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던 시기였고, 베른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상상력을 얼마나 자극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작가였다. 실제로 이 소설은 당시 새로운 여객 운송망을 홍보하려는 기업들의 관심까지 끌었고, 독자들에게는 기술의 진보가 주는 낙관주의적 미래상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각인되었다. 베른은 이 작품을 통해 현실적인 시간 계산, 철도 및 해운 일정표, 기후 등을 철저히 조사했으며, 상상과 현실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했다.
국내 및 해외 반응
해외에서는 출간 직후부터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19세기 말부터는 영어권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양 문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수십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TV 시리즈 등으로 수차례 각색되었다. 특히 1956년 데이비드 니븐 주연의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대중문화 속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이후에도 잭키 찬 주연의 리메이크 등으로 꾸준히 재해석되며, 모험과 시간, 기술, 글로벌 감각의 상징으로 계속 소비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며, 1960~70년대에는 아동용 세계 명작 시리즈에 빠짐없이 포함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원전 번역이 활발해졌고, 고등학생 및 일반 독자들에게는 ‘고전이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한 모험소설’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세계 시민 교육이나 시간 관리, 여행 콘텐츠에서도 자주 인용되며, 소설 속 세계일주 경로를 따라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유튜버나 방송 프로그램 등도 등장해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기술과 세계화가 본격화된 21세기에 들어서도, 이 작품은 오히려 더욱 시대를 앞서간 상상력의 상징으로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