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및 등장인물
정세랑 작가의 소설 『파과』는 장르적 실험성과 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이색적 설정과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주인공 '조각'은 65세의 여성 킬러로, 퇴직을 앞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그동안 철저하게 감정과 인간관계를 차단하며 임무를 수행해 왔지만,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한 소년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조각은 철저히 기능적으로만 살아온 인물이지만, 소년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적인 온기, 애정, 후회 같은 감정들이 일깨워지며 점차 변화해간다. 이 작품은 액션과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중심에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회복,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조각 외에도 조직의 후임 킬러, 조각의 과거를 아는 인물들, 소년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며, 모두 조각의 내면 변화를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정세랑 작가는 인물 하나하나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영웅서사와는 다른 감정적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낸다.
전세계 판매부수 및 제작배경
『파과』는 2013년 출간된 이후 정세랑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출간 이후 2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처음에는 장르적 실험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킬러라는 비현실적 설정과 노년의 감성을 접목한 서사는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특히 여성, 그것도 고령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점은 한국 문학계에서 보기 드문 시도로, 문단과 평단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정세랑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다수의 킬러물과 범죄 스릴러 장르 작품들을 참고하면서도, 캐릭터에 감정적 서사를 더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과』의 제목은 '과실이 지나치게 익어 터지는 상태'를 뜻하며, 이는 조각이라는 인물이 오랜 세월 억눌러온 감정이 마침내 터져 나오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이후 오디오드라마와 웹툰으로도 제작되며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었고, 최근에는 영화화가 논의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주제와 정세랑 특유의 정제된 문체는 독자층을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특히 2030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국내 및 해외 반응
한국에서는 『파과』가 출간되자마자 SNS와 온라인 서점 리뷰를 통해 급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기존의 킬러물이나 여성 주인공 서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감정선의 깊이와 서사의 진정성이 특히 주목받았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정세랑이 단순히 대중성을 넘어서 문학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작가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으며, 여성 서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독자들은 조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비현실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이라며 강한 애정을 표현했고, 특히 중년 이상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주인공 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해외에서는 일본과 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고령 여성의 주체적 삶’이라는 테마가 현지 페미니즘 담론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는 정세랑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며, 한국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파과』는 장르 문학의 한계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섬세한 묘사와 감정적 울림을 통해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